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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이나 리무르 지역의 학교들은 시름에 잠겨 있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강도가 학교 담을 넘나들었기 때문입니다. 책과 컴퓨터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강도의 침입을 막으려던 경비원까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모르시범 초등학교는 결국 학교에 CCTV를 달기로 결정합니다. 강도를 잡고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범죄 예방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CCTV의 존재를 알게 된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급격히 좋아진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들었고, 교사들조차 CCTV를 의식해 수업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CCTV의 존재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이란 그저 수업만 열심히 듣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놀기도 하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의 또 다른 역할이기도 합니다.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CCTV를 달았지만, 이는 결국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무의식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구석구석 CCTV를 단 학교, 학생들의 자유를 위해 CCTV를 달지 않은 학교. 여러분이 학생이시라면 어떤 학교를 선택하실 건가요?

개인정보와 사생활

생체 인식 기술은 주로 누군가의 신원을 확인할 때 사용됩니다. 예전에는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이었지만 요즘에는 홍채 인식 기술뿐만 아니라 지문이나 손바닥, 심지어 정맥을 통해서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생체인식 기술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생체 인식 기술이 학교 안으로도 침투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의 급식실에서는 지문 스캐너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도 본인을 확인하고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정말 편리해 보이는 기술이지만 사실 이렇게 지문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지문을 미리 등록해 놔야 합니다. 미리 등록해 놓은 지문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서버에 저장됩니다. 덕분에 편리하게 본인 확인이 가능하지만 만약 이 지문 정보가 담긴 서버를 누군가 해킹해서 지문을 모두 빼내간다면 지문이 어떻게 악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요즘처럼 지문으로 스마트폰 잠금도 해지하고 계좌이체나 결제도 지문으로 인증하는 시대에는 지문이 신분증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들려드린 CCTV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이는 대개 아이들의 의사가 아닌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의사로만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사생활 보호론자들의 말을 빌려 학교가 CCTV처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려면 반드시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면 학교 측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교사들에게 의사를 묻고 교사들의 동의를 먼저 구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자신의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CCTV 설치 역시도 학생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는 커다란 유리판과 묵직한 장비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888년 갑자기 100장의 필름이 내장된 휴대용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 찍는 일은 더 이상 큰 이벤트가 아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문 기자들은 이런 휴대용 카메라의 등장으로 예고 없이 유명 인사에게 다가가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카메라는 더욱 흔한 물건이 되면서 오히려 사생활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960년 변호사인 윌리엄 포로서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생활 보호법을 제안합니다. 그는 사생활 침해를 크게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개인적인 공간이나 사적인 일을 침범하는 일, 개인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을 공개하는 일, 거짓 여론을 조성하는 일, 이름이나 사진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 만약 누군가 내가 스테이크 써는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찍어서 포토샵으로 스테이크를 살아있는 동물로 바꿔놨다면 이는 거짓 여론을 만들어 내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윌리엄 프로서가 제시한 사생활의 4가지 범주는 세계의 여러 입법 기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법규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버 폭력을 비롯해 개인정보 유출, SNS 사찰 같은 사건들이 바로 그 예입니다. 미국에 사는 14살 메슈호믹은 말더듬증, 우울증, 자해 증세로 몇 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2013년 우연히 알게 된 SNS 상담 사이트에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상담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답변은커녕 매수의 정신질환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슈는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아버지는 매슈에게 다시는 그 사이트에 접속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메주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신경이 쓰여 사이트에 계속 접속을 했습니다. 어쩌면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014년 레슈는 결국 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한 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매슈는 사이버 폭력을 맞닥뜨리기 전에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매슈의 극단적인 선택은 누구의 잘못이었을까요? 모욕적인 댓글을 관리하지 않은 사이트 운영자의 잘못이었을까요? 아니면 접속을 멈추지 못하고 그 사이트를 계속 찾아간 매슈의 잘못이었을까요? 2012년 뉴욕 타임즈 매거진은 유명한 일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어느 날 중년 남성이 불같이 화가 난 상태로 대형 할인마트인 타깃의 고객센터를 찾아왔습니다. 남성이 그렇게 화가 난 이유는 아직 10대인 자신의 딸에게 타겟은 신생아 용품 홍보 전단지와 할인 쿠폰이 담긴 우편을 보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성은 마트가 10대 소녀에게 임신을 부추기는 거냐며 관리자에게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매장 관리자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남성에게 사과를 거듭했습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며칠 뒤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남성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남성의 10대 딸은 실제로 임신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타겟은 그저 임신한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 전단지와 할인 쿠폰을 보냈던 것이었죠. 타겟은타깃은 어떻게 부모도 모르는 10대 소녀의 임신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이 일이 있기 10년 전 타깃은 앤드류 폴이라는 통계학자에게 자사 고객의 임신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예비 부모는 출산에 대비해 많은 돈을 쓸 뿐만 아니라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장난감이나 옷, 문구류 등을 계속해서 구입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마침 타겟도 다른 대형마트들처럼 포인트 적립 카드를 발급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물건을 살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면 매장 측에서는 자연스럽게 고객의 구매 기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예비부모 찐바구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예비 부모가 출산 예정일을 등록한 뒤 물건을 찜해두면 친구들이 그 찜바구니 목록에서 선물을 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엔드리는 예비부모 찐 바구니 서비스에 등록된 이름과 포인트 적립 카드에 있는 고객의 이름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그러자 임신이 확실해 보이는 고객의 명단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 고객들이 어떤 물품을 구입했는지 꼼꼼하게 분석했더니 다음과 같은 소비 유형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앤드류는 고객이 예비부모 찐 바우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포인트 적립 카드에 남은 기록만으로 임신 여부를 예측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10년 뒤 타깃은 임신한 10대 소녀에게 신생아 용품 홍보 전단지와 할인 쿠폰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마트에서 자신의 쇼핑 습관을 얼마나 자세히 지켜보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사실 예비 부모가 됐을 때 마트에서 필요한 상품 내역이 담긴 전단지와 할인 쿠폰을 보내준다면 필요한 물건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고, 또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고, 이런 개인정보가 악용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물건을 구입하고 적립 포인트를 쌓아 현금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과연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안전하고 좋은 방법일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

요즘 우리는 수많은 눈길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CCTV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고, 남들이 찍는 사진에 의도치 않게 함께 찍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신사에서는 가입자의 통화 기록을 추적할 수 있고 광고업자들은 사람들의 SNS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점은 소비자의 구매 내역을 파악할 수 있고 공항은 탑승객의 지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지만 CCTV는 언제나 사생활 보호라는 목적과 상충하는 결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감시 체계는 우리를 더 안전하게 지켜주고, 표적 마케팅은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정부 등의 감시 체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우리의 개인 정보를 다른 누군가에게 내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안전과 사생활 무엇이 더 우선일까요? 아마 정답은 없을 겁니다. 사람마다 안전과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도 다르고, 한 사람이라도 분야에 따라 안전과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테고,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은 더욱 빠르게 찾아올 것입니다. 그만큼 사생활 침해 문제 역시 더욱 많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쉽게 쓰였기 때문에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성인들 역시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지만 명확한 답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명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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